우리 아기 어디서 낳아야 하나요?

1. 서론 – 사라지는 분만실, 위기의 산부인과
대한민국은 지금 ‘출산’이 어려운 나라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단지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것이 아니라, 안심하고 출산할 의료 환경조차 점점 사라지고 있는 현실.
2025년 기준, 전국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자는 단 1명에 불과했고, 전국 시군구 중 약 72곳은 산부인과가 아예 없거나 분만이 불가능한 지역입니다.
‘의사가 없어 분만실이 문을 닫고’, ‘분만실이 사라져 출산을 포기하는’ 악순환.
출산율 저하의 이면에는, 산부인과 붕괴라는 구조적 문제가 깊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 왜 산부인과 의사들이 점점 사라지는지
- 산부인과 없는 지역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인지
- 대한민국의 출산 환경이 왜 위기에 처했는지를 진단하고,
- 가능한 해결책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 봅니다.
2. 본론 – 산부인과가 사라지는 이유들
1) 산부인과 의사, 왜 기피하나?
● 생명을 다루지만, 법은 외면하는 진료과
산부인과는 ‘두 생명을 책임지는’ 진료과입니다.
한 생명이 세상에 오는 찰나, 의료진은 수많은 변수를 견뎌야 합니다.
하지만 그 찰나의 오차가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심장소리가 이상했지만, 이미 분만이 시작돼서 어쩔 수 없었어요.”
그렇게 설명했지만, 돌아온 건 ‘업무상 과실치사’ 고발장이었습니다.
2023년 기준, 의료소송 가운데 산부인과가 차지하는 비중은 1위를 기록했습니다.
의사들이 법정에 설 가능성이 높은 과,
수술칼보다 변호사와 더 가까운 과가 된 것이죠.
● ‘워라밸’ 없는 진료과, 매일이 긴장의 연속
산부인과는 낮밤이 없습니다.
진통은 예고하지 않고, 양수는 주말에도 터지며, 태아는 응급실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하루 24시간, 1년 365일.
의사의 휴대폰은 항상 울릴 수 있어야 하며,
한밤중에도 분만실로 달려가야 하는 삶이 기본값입니다.
전공의 시절,
한 달에 12번 밤을 새고, 하루에 3~4건의 수술을 해도 “고생했다”는 말 대신
“그래서 환자 잘 낳았어?” 한마디 듣는 삶.
그러니, 젊은 의사들이 말합니다.
“그렇게 힘들고, 그렇게 위험한데… 왜 해야 하죠?”
● 수익성 낮은 구조, 개원해도 적자
건강보험 수가는 여전히 현실을 따라오지 못합니다.
자연분만 한 건당 병원에 돌아오는 수익은 약 40~50만 원 수준.
반면, 병원 운영비, 인건비, 의료기기 유지비용은 그 몇 배입니다.
결국, 산부인과 개원은 **‘의사이기 전에 자영업자’**인 사람에게는 적자 구조일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를 잘 받아주는 건 인정하지만 돈이 안 돼.”
이런 말이 수많은 개원의들의 입에서 나옵니다.
2) 지역 산부인과 붕괴 현실
● ‘그 지역엔 산부인과가 없습니다’
전국 229개 시군구 중,
70곳 이상이 산부인과 진료기관이 아예 없거나 분만이 불가능합니다.
이곳들의 공통점은 지방, 농촌, 고령화 지역이라는 점입니다.
📍예시)
- 강원도 인제군 : 분만 병원이 없어 임산부들은 춘천까지 1시간 넘게 이동
- 전남 고흥군 : 분만 중 조산 발생, 헬기로 광주 전원 중 사망 사례 발생
도시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지방에서는 **출산이라는 이름의 ‘긴급 이송’**으로 일상이 되고 있습니다.
● 분만실의 불빛이 하나둘 꺼진다
대한산부인과학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706곳이던 분만 병원 수는 2024년 현재 425곳으로 급감했습니다.
특히, 중소병원과 공공의료기관의 분만실 폐쇄가 두드러집니다.
분만실은 24시간 대기인력, 고가 장비, 응급 수술 인력이 상시 필요하지만,
산모는 줄고, 수익은 없고, 의료인력은 이탈합니다.
결국 병원은 말합니다.
“우리는 더 이상 분만을 할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3) 출산율 저하의 이면 – 환경이 없다
많은 이들이 출산율 하락을 개인 탓으로 돌립니다.
하지만 진짜 물어야 할 질문은 이것입니다.
“과연,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있었나?”
병원에 가려면 몇 시간을 운전해야 하고,
의사는 ‘내 아이를 살릴 수 있을까’보다 ‘혹시 내가 고소당할까’를 걱정하며 분만을 진행하고,
산모는 ‘제왕절개를 선택하라’는 병원의 권유에 ‘그게 더 안전한가 봐요’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둘째 낳아야지”라는 말이 나올 수 있을까요?
이런 나라에서 출산율 반등을 기대하는 것은 사막에 씨앗을 뿌리는 것과도 같습니다.
🔍3. 결론 –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나라가 되기 위해
● “출산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의 책임이다”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단순한 선택이 아닙니다.
그 선택이 가능하려면, 환경이 받쳐줘야 합니다.
그 환경은 단지 돈으로 환산되는 ‘출산장려금’ 몇십만 원으로는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먼저 의료 인프라가 살아 있어야 합니다.
산부인과 의사 한 명이 생명을 이어갈 수 있도록,
그들이 법정이 아니라 병원에서 환자를 만날 수 있도록,
우리 사회는 더 이상 방관자가 되어선 안 됩니다.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이 아닌 의료 분쟁 조정 체계 개선,
산부인과에 대한 전공의 지원 인센티브 확대,
지방 병원에 대한 정부 직영 분만센터 설치 등
구조적인 개입 없이는, 이 시스템은 곧 멈추게 될 것입니다.
● 이제는 ‘출산율’보다 ‘출산 환경’을 말해야 할 때
정부는 매해 수천억 원을 쏟아부으며
“왜 아이를 낳지 않느냐”고 묻습니다.
하지만 정작 아이를 낳으려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산부인과가 없어요. 의사도 없고, 믿을 수가 없어요.”
‘낳고 싶어도 낳을 수 없는 사회’에서
우리는 낳지 않기로 결정한 개인만을 탓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정책의 방향이 바뀌어야 합니다.
‘출산율’이라는 숫자에 집착하지 말고,
‘출산 환경’이라는 현실을 마주해야 할 때입니다.
● ‘산부인과는 사라졌고, 그 자리에 침묵이 남았다’
산부인과는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하나씩 문을 닫고 있습니다.
그 불이 꺼질 때마다,
어떤 한 지역의 산모는 새벽 3시에 구급차를 타고 한 시간을 달려야 하며,
어떤 의사는 다시는 분만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결국 이렇게 묻게 됩니다.
“이 아이는 어디서 태어날 수 있을까?”
“엄마는 무사할 수 있을까?”
그 질문이 사라질 수 있도록,
우리는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합니다.
의사들이 기피하지 않고, 산모들이 불안하지 않으며,
지방에서도 안심하고 생명을 맞이할 수 있는 나라.
그것이 진짜 저출산 대책의 시작점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미래 세대를 품을 수 있는 사회의 조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