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고 나무가 연둣빛으로 숨을 쉬는 4월, 지리산의 품은 그 어느 때보다 포근해 보입니다. 그러나 이 자연의 아름다움 이면에는 우리가 알아야 할 야생의 질서가 존재합니다.
최근 지리산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반달가슴곰 개체 수가 100마리를 넘어섰고, 이 중 60% 이상은 위치 추적이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이로 인해 봄철 등산로 주변에서 곰과 마주칠 위험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등산객이 급증하는 4~5월 봄철은 반달가슴곰의 활동량도 급증하는 시기로, 출몰 가능성이 높아지는 시기입니다. “지리산에 곰이 출몰한다”는 소식이 단순한 해프닝이 아닌 현실의 경고가 되어가고 있는 요즘, 우리는 자연과의 공존을 위한 새로운 안전 전략을 고민해야 합니다.
**반달가슴곰(Ursus thibetanus ussuricus)**은 이름처럼 가슴에 반달 모양의 흰 무늬가 있는 아시아 흑곰의 일종으로, 한반도에서는 멸종 위기 1급 보호종입니다. 현재는 지리산을 중심으로 복원 사업이 진행 중이며, 2025년 4월 기준 100마리 이상이 자연 방사되어 생존하고 있습니다.
지리산을 오르는 일은 자유와 치유의 길입니다. 그러나 자연을 존중하는 마음과 올바른 행동 수칙이 없다면 그 길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곰은 조용히 접근하는 사람보다 소리를 내는 사람을 멀리합니다.
따라서 등산 시에는 말을 하거나 방울, 호루라기 등으로 일정한 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숲이 울창하거나 시야가 좁은 구간에서는 더 자주 소리를 내는 것이 좋습니다.
국립공원공단은 현재 위치 추적용 GPS 장치, 무인 센서 카메라, 배설물 DNA 분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반달가슴곰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위치 파악이 안 되는 개체가 전체의 60%**를 넘어서며, 실질적 대응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에 따라 등산객들의 자발적인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지리산은 여전히 우리에게 쉼과 회복을 주는 곳입니다. 그러나 그곳에는 수천 년 동안 이 산을 지켜온 야생의 주인들, 반달가슴곰이 함께 살아갑니다.
그들과 마주친다는 것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우리가 자연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갔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입니다.
100마리의 곰이 지리산에 살고 있고, 그 중 절반 이상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피하지 않고’, ‘공존의 길’을 찾는 것입니다.
이 모든 작은 실천이 곰과 사람 모두를 지키는 길입니다.
이제는 등산 준비물에 도시락만이 아닌 자연을 향한 배려도 함께 챙겨야 할 때입니다.